고사성어 중에 순망치한이라는 말이 있다. 순망치한이란 입술이 사라지면 이가 시리다는 뜻이다. 입술은 치아를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한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붙어 있었고 항상 곁에 있으므로 그 가치와 중요성을 잊는다. 만약 입술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보기 흉한 이빨이 그대로 드러나고 외부의 자극, 차디찬 바람이 이를 상하게 할 것이다. 입술이 없어지고 나서야 입술의 고마움을 깨닫게 된다. 반대로 치아가 사라지고 입술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음식을 씹어 넘기기 어려워져서 건강을 잃게 된다. 결국 입술도 생기를 잃게 될 것이고 입술의 역할도 사라지게 된다.
순망치한 뜻
순망치한은 이와 입술처럼 서로 떨어져서는 존재할 수 없는 관계를 뜻한다. 즉, 한쪽이 없어지면 다른 쪽도 살아남기 어려운 관계를 비유한 말이다.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이다. 입술이 없다면 차가운 바람에 이가 시릴 수 밖에 없다. 결국 시린 이는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없으며, 결국 상하고 사라질 것이다.
순망치한은 중국에서 전쟁이 빈번하던 춘추시대 괵나라와 우나라의 관계에서 유래되었다.
순망치한 유래
중국 춘추시대 괵나라와 우나라가 있었다. 우나라는 괵나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었다. 괵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우나라를 거쳐야만 했다.
당시 진나라 헌공은 괵나라를 공격하려고 마음 먹고 있었다. 하지만 우나라가 괵나라로 가는 길목에 있었기 때문에 괵나라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우나라의 협조가 필요했다. 그래서 진나라는 우나라에게 협조 요청을 했다.
진나라 헌공은 우나라의 우공에게 제의했다.
“괵나라로 가는 길을 열어주면 많은 보물과 재물을 주겠소.”
우나라 우공은 재물이 탐났다. 진나라 헌공의 요청을 선뜻 허락하려고 했다. 하지만 곁에 있던 신하 ‘궁지기’가 그런 우공을 말렸다.
“옛말에 ‘수레의 짐받이 판자와 수레 바퀴는 서로 의지한다’ 했습니다. 또한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고 했습니다. 괵나라와 우리나라의 관계가 바로 그렇습니다. 그러니 절대 진나라를 위해 길을 내어주시면 안됩니다. 괵나라가 망하면 우리나라도 망하게 될 것입니다.”
궁지기는 간곡하게 우공에게 간언했다. 하지만 이미 재물에 눈이 먼 우공은 신하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고집을 부리며 말했다.
“진나라는 우리나라와 형제 같은 사이다. 주나라에서 함께 갈라져 나오지 않았는가? 그런 진나라가 어찌 우리를 공격할 수 있단 말인가?”
우왕의 말에 궁지기는 더 이상 설득을 포기했다. 급하게 식솔들과 함께 다른 나라로 몸을 피했다.
얼마 후 우나라가 괵나라로 가는 길을 진나라에게 내어주었다. 진나라는 파죽지세로 괵나라를 점령했다. 괵나라가 점령되자, 우공은 자기에게 들어올 재물을 생각했다.
하지만 진나라는 괵나라를 점령하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궁지기의 말처럼 진나라로 돌아가는 길에 우나라를 공격하여 우공을 포로로 잡아가 버렸다.
결국 입술과 같은 존재였던 괵나라가 사라지자, 우나라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
순망치한 교훈
순망치한 유래를 읽고 나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재물에 눈이 멀어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조언을 경청하지 않는 우나라 우공의 어리석음이다. 정세를 바르게 읽지 못하고 눈 앞의 사리사욕만 채우려 하다가 망해버린 우나라 같은 과오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아집에 빠져 남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는 태도도 경계해야 한다.
둘째는 입술처럼 나를 보호해주는 가까운 이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망각하고 산다는 것이다. 우리 곁에는 입술과 같은 존재가 많다. 어머니가 그러했고, 아버지가 그러했다. 또 마음을 나누고 항상 나를 걱정해주는 아내와 친구들이 그러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들의 고마움을 자주 잊고 산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렇다. 있을 때는 그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 없어지고 나서야 그 빈자리가 보인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있다. 항상 곁에 있을 것 같은 존재도 언젠가 떠나는 날이 온다. 지금 함께 있을 때 성심껏 주변 사람들을 대하길 바란다.
순망치한은 관계에 관한 고사성어이다. 서로 의지하지 않으면 둘 다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운 관계를 뜻한다. 이와 입술처럼 항상 함께하고 의지해야 하는 관계라면 서로 신뢰하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